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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하의 詩心 世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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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8.04 15:56
 
매미들도 해 뜨면 침묵하는데
 
(열대야 새벽에 배우는 질서)
 
하늘 시인 이영하
 
 
새벽 네 시 이십 분
아직 밤이 완전히 떠나지 못한 시간
열대야의 더위를 이기지 못한 아파트 창문들은
밤새 뒤척인 숨결을 조용히 내쉬고 있다.
 
나는 오늘도 쉬지 않고 걷기로 한 약속을 품고
둘레길을 따라 어둠의 가장자리를 천천히 밟아 나간다.
새벽 다섯 시가 되자 둘레길 어디선가
매미 한 마리가 먼저 목을 연다.
곧이어 수십 마리, 수백 마리가
한여름의 악보를 펼쳐 들고
나무마다 다른 음정으로 새벽을 깨운다.
 
누구 하나 지휘하지 않아도
먼저 울고 뒤이어 화답하며
"잘 잤느냐." "오늘도 살아 있느냐."
"함께 아침을 맞이하자."
그들의 울음은 한밤의 적막을 깨뜨리는 소음이 아니라
하루를 시작하는 생명의 출석 확인이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서울의 일출 시각
오전 다섯 시 삼십팔 분이 가까워지자
매미들은 누가 신호를 준 것도 아닌데
하나둘 울음을 접는다.
햇살이 세상을 대신 깨우는 순간
그들은 자신들의 역할이 끝났음을 아는 듯
나무 그늘 속으로 조용히 물러난다.
 
그때였다.
도로 건너편에서 폭발하듯 터져 나온 굉음 하나.
열대야 끝에 겨우 잠든 사람들의 꿈을 찢으며
폭주족의 오토바이는 도시를 향해 질주한다.
 
자연은 때를 알고 멈출 줄 아는데
사람은 속도를 자랑하려고 새벽의 평화를 부순다.
문득 부끄러워졌다.
말 못 하는 매미도 남을 배려하는 시간을 아는데
문명을 자랑하는 우리는
왜 침묵해야 할 순간을 잊어버렸는가.
 
오늘 아침 나는 매미에게서 한 편의 법전을 읽었다.
질서는 억지로 지키는 규칙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생명들이
서로를 향해 품는 가장 깊은 예의라는 것을.
 
내일도 매미들은 해가 뜨면 침묵할 것이다.
그 침묵은 세상을 위한 배려이고
우리가 아직 배우지 못한
가장 아름다운 공공의 언어다.
 
 
 
 
<시작 노트>
 
새벽 산책은 나에게 하루의 시작이 아니라 자연이 들려주는 가장 정직한 강의이다.
 
2026년 여름, 열대야가 이어진 어느 새벽. 오전 5시 무렵 아파트 둘레길에서는 수많은 매미가 일제히 울음을 시작했다. 그 소리는 단순한 울음이 아니라 서로의 생존을 확인하고 하루를 여는 거대한 합창처럼 들렸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서울의 일출 시각이 가까워지자 그 요란한 울음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멈추었다는 사실이다.
 
그 순간 나는 자연의 질서를 보았다. 자신의 역할이 끝나면 물러설 줄 아는 생명의 지혜였다.
 
그러나 바로 그 고요를 깨뜨린 것은 폭주족 오토바이의 굉음이었다. 자연은 타인을 배려하며 침묵할 줄 아는데, 문명을 가진 인간은 오히려 공동체의 평화를 쉽게 무너뜨리는 모습을 보며 깊은 성찰에 이르렀다.
 
이 작품은 매미의 울음과 침묵을 통해 자연의 질서와 인간의 공공의식을 대비시킨 시이다. 우리가 배워야 할 문명은 더 빠른 속도가 아니라 더 깊은 배려이며, 진정한 선진사회는 서로의 잠과 평화를 존중하는 작은 예의에서 시작된다는 믿음을 담았다.
 
매미들도 해 뜨면 침묵한다.

그 침묵은 자연이 인간에게 들려주는 가장 아름다운 시민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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