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
밥을 비빈다
놋그릇에
미운 얼굴 고운 얼굴 함께 넣고
용서와 사랑이라는 양념을 듬뿍 쳐
비빈다 비벼
쓱쓱 비벼 세월을 먹는다
때로는 돈과 명예와 굴종과 애증까지
꽃이 되라고
향기로 피어나라고
내 몸과 네 몸을 섞는다
그리하여
허기를 달래는 한 그릇의 밥이 아닌
그릇 속의 아우성이
보름달 같은 비빔밥이 되었다
․ 고궁古宮 :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 소재 비빔밥 전문점
□ 정성수의 한 문장 □
조선 말기의 조리서 '시의전서是議全書'에 의하면 비빔밥을 ‘부븸밥'이라고 한다. 밥에 재워 볶은 고기와 볶은 각종 채소를 넣고, 그 위에 잘게 빻은 다시마튀각과 고명으로 달걀지단을 얹어 따로 볶은 고추장과 참기름을 낸다. 이때 장국을 함께 올린다고 기록되어 있다.
비빔밥은 제사를 지낸 후 음복하는 풍습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한다. 그런가하면 농촌에서 새참이나 들밥을 먹을 때 반찬과 고추장을 섞어 비벼, 간편히 먹는 데에서 전래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전주비빔밥은 밥뜸을 들일 때 콩나물을 많이 넣으며 생달걀 노른자를 올리는 게 특징이다. 이때 육회를 올리기도 하며 콩나물국과 함께 먹는다.
비빔밥을 ‘골동반骨董飯’이라고도 한다. '골동'은 섞는다는 뜻이다. 삶에서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마음을 섞는 것이다.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는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를 섞고 비벼야 한다. 음식과 음식을 섞고, 경계와 경계를 섞고, 사람과 사람을 섞어야 한다. 나아가 자신의 굳은 마음과 딱딱한 생각을 섞어 물렁물렁하고 말랑말랑한 ‘마음의 비빔밥’을 만들어먹는 것이야 말로 밝은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