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회, 여덟 번째 철학수필집 《인간·철학·수필 8》 출간…‘자유’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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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9.16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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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철학·수필 8 표지 (도서출판 SUN)
 
 
 
[신간 소개]
 
 
〔내외매일뉴스=방명석 기자〕 인공지능이 일상과 창작의 문턱을 깊숙이 파고들며 새로운 문명 질서를 형성해 가는 오늘날, 인간 고유의 사유와 실존적 가치를 되묻는 철학수필집이 출간되었다. 도서출판 SUN은 철학수필 동인 모임 ‘철수회(哲隨會)’의 여덟 번째 결실인 《인간·철학·수필 8》을 펴냈다.
 
이번 책을 관통하는 공동 주제는 '자유'다. 인공지능이 방대한 지식을 연산하고 조합할 수 있을지언정, 인간이 삶의 고통과 상처를 견디며 건져 올린 깨달음과 존재론적 고독의 무게까지 대신 짊어질 수는 없다. 본서는 문학의 온기와 철학의 깊이를 융합하여 거대 담론과 기술 만능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자기 성찰의 좌표를 제시한다.
 
책의 서두를 여는 엄정식 서강대 명예교수의 초대수필 〈자유에 관하여〉는 사유의 출발점이자 든든한 이론적 기둥 역할을 한다. 엄 교수는 외부의 억압이나 구속이 없는 상태를 뜻하는 '행동의 자유(actus imperatus)'와 내면의 욕망과 충동을 절제하고 주체적 결단을 내리는 '의지의 자유(actus elicitus)'를 명료하게 대비시킨다.
 
헤겔, 밀, 홉스, 루소 등의 사상을 입체적으로 조망한 그는, 현대 자유민주주의와 물질문명이 가져다준 행동의 자유가 정신적·도덕적 합리성을 담보한 '의지의 자유'와 맞물리지 못할 때 발생하는 위기를 엄중히 진단하며 독자들에게 자율성의 본질을 묻는다.
 
이어지는 본문에서는 참여 필진 전원이 각자의 시선으로 포착한 '자유'의 다채로운 변주를 펼쳐낸다.
 
이사야 벌린의 자유론과 소설 속 바틀비의 거부를 통해 기성 정치의 독선과 확신의 폭력을 비판한 김은중, 장자와 디오게네스, 카잔차키스의 궤적을 짚으며 무소유와 초인의 자유를 반추한 맹난자, 유년의 정원을 장자의 ‘무하유(無何有)’에 빗대어 인위적 구속이 없는 상태를 그려낸 문윤정, 내면의 집착과 미움을 내려놓고 얻는 해방을 이야기한 박금아, 수용소의 탈출과 현대사의 비극 속에서 존엄을 지켜낸 본능으로서의 자유를 증언한 박소현, 소유욕과 결핍 속에서 작동하는 자유의 역설을 분석한 박춘, 떠남과 머묾, 광장과 밀실을 오가며 일상 속 자유의 결을 응시한 서숙, 의무와 사명에 충실함으로써 도리어 참된 해방에 이른 이웃들의 삶을 조명한 성민선, 사르트르의 구토와 원효의 해골 물을 통해 분별의 감옥을 깨뜨리는 용기를 성찰한 송마나, 규범에 얽매인 '답게'와 주체적 본능에 충실한 '쪼대로'의 삶을 흥미롭게 풀어낸 이상수, 나혜석의 굴곡진 생애를 통해 미성숙한 자유 의식의 한계와 진정한 해방의 의미를 탐색한 이혜연, 타인의 시선이라는 감옥에서 로그아웃하여 온전한 자아를 회복해 가는 과정을 기록한 정선모, 자유의 이면과 무게를 성찰한 정진희, 그리고 방황 끝에 다다른 내적 정착을 담아낸 홍혜랑까지, 필자마다 개성 넘치는 필치로 자유의 스펙트럼을 넓힌다.
 
또한 필자들은 왕양명의 심학(心學), 쇼펜하우어의 인생론, 디아스포라 문학의 틈새를 포착한 시인 김은자, 키르케고르의 절망과 실존, 슬라보예 지젝의 이데올로기 비판과 잉여향유, 장자 《응제왕(應帝王)》의 무위 정치, 류츠신의 SF 소설 《삼체》, 헤이안 시대 세이 쇼나곤의 《베갯머리 서책》, 폴 세잔의 회화, 수전 손택이 주창한 '예술의 에로틱스', 창작의 의미를 다시 묻는 젤다 피츠제럴드, 오캄의 유명론(唯名論)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의 사상과 예술을 넘나들며 깊이 있는 해석을 선보인다. 아울러 질병과 노년, 이별과 상실, 예술과 노동, 생성형 AI와의 문답 등 삶의 현장에서 길어 올린 구체적인 경험들을 진솔한 문학적 사유로 승화시킨 작품들도 실려 있다.
 
철수회 동인들은 책머리를 통해 “문학이 삶을 해석하는 예술이고 철학이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지혜라면, 삶의 경험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고 그 안에서 진실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수필의 지향점”이라고 밝힌다. 인간이 질문을 멈추지 않는 한 철학은 살아 있으며,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한 문학 또한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빠른 속도와 효율성만을 요구하는 인공지능 시대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자신과 세계의 근원을 응시하도록 이끄는 《인간·철학·수필 8》은, 깊이 있는 인문학적 성찰과 품격 있는 산문의 결을 찾는 독자들에게 오래 머무는 지적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 저자
김은중(수필가, 계간 《수필가》 발행인)
맹난자(수필가, 한국수필문학진흥회 고문)
문윤정(수필가, 서울교대 평생교육원 수필 강의)
박금아(수필가,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수필 강의)
박소현(수필가, 한국산문작가협회 이사)
박춘(수필가, 《에세이스트》 신인 심사위원)
서숙(수필가, 전 수필미학작가회 회장)
성민선(수필가,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
송마나(수필가, 문학평론가)
엄정식(철학자, 서강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
이상수(수필가, 《울산문학》 편집주간)
이혜연(수필가, 한국수필문학진흥회 부회장)
정선모(수필가, 도서출판 SUN 대표)
정진희(수필가, 한국문인협회 이사)
홍혜랑(수필가, 문학평론가)
 
△ 목차
책을 내며 · 인간의 언어에 뛰어든 AI│정선모 4
초대수필 · 자유에 관하여│엄정식 10
 
김은중 19
확신의 정치와 바틀비의 거부/ 브로드웨이 위의 총알, 예술과 삶 사이의 질문/ 희망과 인식
 
맹난자 47
자유를 추구한 사람들/ 심학(心學)의 철학가 왕양명/ 용마산을 마주하며
 
문윤정 69
나의 무하유(無何有)/ 쇼펜하우어의 인생 수업/ 검은 돌이 나비가 되다
 
박금아 91
다시, 소쩍새는 울고-나로부터의 자유/ 틈의 존재론-재미작가 김은자의 디아스포라와 공존의 미학/ 섬의 뒤편에서
 
박소현 113
자유는 결코 완성되지 않는다/ 마음의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죽음에 이르는 병》을 중심으로/ 마지막 인사
 
박춘 135
자유, 그 동어반복 2/라캉, 그 은유 세계/ 초하 단상 2
 
서숙 149
자유의 시간, 자유의 공간/ 지젝의 지향점-개인의 자각, 공동체의 연대/ 꿈꾸는 유토피아
 
성민선 173
자유인/ 장자(莊子)-‘다스리지 않음으로써 다스리는’ 응제왕(應帝王)/ 설거지 수행
 
송마나 195
구토와 자유/ 존재를 묻는 세 개의 시선-류츠신의 《삼체》를 읽고/ 의식의 협주자, AI
 
이상수 215
‘답게’와 ‘쪼대로’/ 《베갯머리 서책》-세이 쇼나곤/ 0.00%
 
이혜연 233
자유 부인/ 깊이를 추구한 화가, 폴 세잔/ 실종(失踪)
 
정선모 257
타인의 시선에서 로그아웃/ 예술의 에로틱스-수전 손택의 《해석에 반하여》를 읽고/ 들판의 짚 한 올처럼
 
정진희 277
자유의 다른 이름/ 그녀와 함께 왈츠를-젤다 피츠제럴드/ 확신과 의심 사이-영화 《콘클라베》를 보고
 
홍혜랑 299
자유를 찾아 떠난 유랑의 종착/ 장자(莊子) 앞에 서면 작아지는 사람들-유명론(唯名論)을 배우던 철학교실/ 명품 여행의 속사정
 
 
〔mailnews7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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