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장관 후보자 논란, 법과 상식 사이에서 답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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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9.02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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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장 시선의 窓〕
 
정권이 바뀌었지만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정치권의 풍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과거 윤석열 정부 시절 장관 후보자가 지명될 때마다 야당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당시 여당은 후보자의 능력과 정책 추진력을 앞세워 방어했다. 이제 정권이 교체되면서 정치적 위치만 달라졌을 뿐 비슷한 장면이 다시 반복되고 있다. 결국 달라진 것은 정권이고,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 방식은 여전히 익숙한 모습 그대로다.
 
윤석열 정부 초기 인사 논란을 돌아보면 후보자 개인의 도덕성과 가족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가족의 풀브라이트 장학금 수혜를 놓고 이른바 ‘아빠 찬스’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 자진 사퇴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자녀의 의대 편입과 병역 문제를 둘러싼 의혹이 집중적으로 제기됐으며, 김승희 후보자는 정치자금 논란으로 낙마했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역시 주식 거래와 재산 형성 과정 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결국 장관직에 오르지 못했다. 당시 인사 논란의 핵심은 후보자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도덕성과 공직자로서의 자질을 갖췄느냐는 문제였다.
 
그렇다면 이재명 정부에서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을 둘러싼 논란은 무엇이 다른가. 현재까지 가장 크게 부각된 문제는 후보자 개인의 가족이나 재산 문제가 아니라 장관에 임명되더라도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결정이다. 현행법상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을 겸직하는 것 자체가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비례대표 의원이 장관으로 입각할 경우 의원직을 사퇴하고 후순위 후보자가 의석을 승계해 온 정치적 관례와 충돌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용 후보자는 자신이 기본소득당의 유일한 현역 국회의원이라는 점을 의원직 유지의 이유로 들고 있다. 자신이 의원직을 사퇴할 경우 기본소득당이 원외정당이 될 수 있고, 이는 소수정당의 정치적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설명이다. 소수정당의 현실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주장이다. 거대 정당에 비해 의석 하나가 갖는 의미가 훨씬 큰 상황에서 유일한 현역 의원이 국회를 떠나는 것은 정당의 존립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법과 정치적 책임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이 곧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정치적 선택이라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직은 개인의 사적인 자산이 아니라 국민의 선택으로 부여받은 공적인 자리이며, 특히 비례대표 의석은 특정 지역 유권자의 선택뿐 아니라 정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의석이다. 장관이라는 행정부의 직책을 맡으면서 동시에 국회의원이라는 입법부의 직책까지 유지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라는 질문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물론 반대의 논리도 충분히 가능하다.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이 법적으로 허용돼 있고 실제로 헌법과 법률상 이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지 않다면, 정치적 관례만을 근거로 의원직 사퇴를 강제하는 것 역시 신중해야 한다. 특히 소수정당의 유일한 국회의원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용 후보자의 선택을 단순히 개인의 욕심이나 특권으로 규정하는 것도 지나친 정치적 해석일 수 있다. 결국 이번 논란은 불법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법적으로 허용된 선택을 정치적으로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의 문제에 더 가깝다.
 
그래서 더욱 중요한 것이 인사청문회다. 후보자가 왜 의원직을 유지해야 하는지, 장관직과 국회의원직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 국민에게 어떤 공익을 가져오는지, 두 직책 사이에 이해충돌 가능성은 없는지를 후보자 스스로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한다. 단순히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장관은 법의 최소한을 지키는 것에서 그치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에게 더 높은 수준의 책임과 신뢰를 요구받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당시 인사 논란과 현재 용혜인 후보자 논란을 비교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도 바로 여기에 있다. 과거에는 야당이 후보자의 도덕성과 가족 문제를 강하게 문제 삼았고 여당은 정치적 공세라며 방어했다면, 이제는 정권이 바뀌면서 그 역할이 사실상 뒤바뀌고 있다. 하지만 국민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여야의 위치가 아니라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느냐는 것이다. 어제는 작은 의혹 하나에도 ‘국민 눈높이’를 강조했던 정치권이 오늘은 자신들의 후보자에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이유만을 앞세운다면 국민이 이를 곱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반대로 야당 역시 과거 자신들이 집권세력을 비판할 때 내세웠던 원칙을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 용 후보자의 의원직 겸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불법이나 특혜로 몰아붙이는 것은 합리적인 검증이라고 보기 어렵다. 법적으로 허용되는 부분과 정치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구분하고, 장관으로서의 정책 역량과 행정 능력을 함께 따져야 진정한 인사 검증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번 논란에서 정치권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또다시 ‘내로남불’식 인사 검증이 반복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시절 인사 논란에서 여당과 야당이 서로에게 요구했던 엄격한 기준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꾼다면 인사청문회는 국민을 위한 검증 절차가 아니라 정권을 위한 방탄막이 될 수밖에 없다.
 
용혜인 후보자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소수정당의 현실이라는 사정은 국민에게 이해를 구할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있지만, 그것이 비판을 면제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장관이라는 공직을 맡겠다면 자신의 선택이 국민에게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질지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설득해야 한다. 성평등가족부라는 부처를 이끌 수 있는 정책 전문성과 행정 능력을 갖췄는지도 정치적 호불호와 별개로 냉정하게 검증받아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인사청문회의 잣대가 달라진다면 국민은 결국 정치권의 말을 믿지 않게 된다. 과거 윤석열 정부의 인사 논란에서 국민이 실망했던 것도 단순히 특정 후보자의 문제가 아니라 공직자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원칙과 기준이 흔들렸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재명 정부가 진정으로 이전 정부와 다른 정치를 하겠다면 인사에서부터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번 용혜인 후보자 논란은 그래서 단순히 한 명의 장관 후보자가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 끝나서는 안 된다. 법적으로 가능한 것과 정치적으로 책임 있는 선택은 무엇인지, 소수정당의 권리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지, 장관과 국회의원 겸직이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는지를 차분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권이 바뀌어도 인사의 기준만큼은 바뀌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상대 후보자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지금은 우리 편 후보자에게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면 그것은 인사 검증이 아니라 정치적 편들기에 불과하다. 용혜인 후보자에게도, 이재명 정부에도, 그리고 야당에도 필요한 것은 자신에게 유리한 논리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원칙이다.
 
결국 국민이 보고 싶은 것은 ‘누가 우리 편인가’가 아니다. 누가 장관이 될 자격이 있는지, 그 사람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정치권이 그 판단을 얼마나 공정하게 할 수 있는지​다. 인사청문회가 정권의 방패가 아니라 국민의 검증대가 되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여야 모두 자신이 과거에 상대방에게 요구했던 기준을 스스로에게도 적용해야 한다.
 
정권은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원칙까지 정권에 따라 바뀌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윤석열 정부 인사 논란이 남긴 가장 큰 교훈이며, 동시에 용혜인 후보자를 둘러싼 이번 논란에서 정치권이 국민에게 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mailnews71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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